​보편적 균형

2015 artist statement

 

엄청 어른 같았던 30대 중반이 되었다. 항상 무엇이든지 평균이상으로 잘하고 싶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역할이 늘어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그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왜냐하면 30대 중반의 책임감 있어야 하는 ‘보편적’ 어른이니깐. 그러나 난 아직 확고한 것이 없다. 오히려 나의 존재는 더 작아지는 기분이다.

대학을 가면 어른이 되고 대학원을 졸업하면 촉망받는 작가가 될 줄 알았다. 응당 나이가 30쯤 되었을 땐 어머니가 그랬듯 이모들이 그랬듯 결혼을 하고 아이는 둘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평균적인 생활과 작가의 삶은 무리없이 평행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다.당연하고 평균적인 것에서 조금 늦어진 올해 나의 꿈을 지지해주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좋은 소식을 전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또 좋은 소식이 없는지를 물어본다. 한가지 미션을 클리어하면 더 많고 큰 미션들이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다.  

땅을 고르듯 색을 만들어 캔버스에 칠한다. 묘목을 심듯이 순간순간 떠오르는 식물을 펜으로 그린다. 식물들간의 균형을 맞춰가며 높이 세운다. 색을 입혀 생명을 준다. 생명이 생긴 식물기둥은 보편적 균형을 잡고 비정형의 공간을 굳건히 견뎌내고 싶다. 에메랄드 빛 고요함이다.

이번 여름 캐나다 로키를 10여일 여행하였다. 곳곳에서 마주쳤던 각기 다른 에메랄드 색의 호수는 매번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나에게 에메랄드 빛은 고요와 평온의 느낌이었다. 내가 딛고 있는 땅과 그 물속은 다른 차원으로 보였고, 그 앞에선 어떤 소리도 내면 안될 것만 같았다. 

화면 안에 식물을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항상 나이스한 보편적 어른이고 싶은 마음을 비우고 나를 찾아본다.

에메랄드 고요함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