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햇빛과 바람과 공기가 좋았던 어느 멋진 날

마음 속에서 부유하던 것들을 모아 만든 정원

정신이 자유로워진 어느 멋진 날


 

우리는 너무도 말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깊은 성찰이나 사유에서 나오기보다 즉각적인 반응에 가까운 말들. 수많은 매체에서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와 언어는 갈수록 자극적이고 듣기조차 힘들다. 각자 다르게 살고 있는 듯하지만 본인의 철학보다는 규격화된 틀 속에서 비슷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물리적 공간의 협소함과 더불어 정신적 공간까지 공유와 소통이라는 명목 하에 침범 당하는 기분이다. 각자 쉬면서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곳이 있다면 그 공간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을 해보자.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유의 공간, 그 곳이 필요하다.


 

이처럼 2012년부터 그려온 ‘공중정원’ 연작과 ‘gardening’ 연작은 마음의 위안을 주면서 사유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에서 시작되었다. 작품제목에서의 ‘공중’은 물리적으로 부유하는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이질적인 식물들과 구조물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심리적이고 내면적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작품을 진행하는 방식은 정원을 가꾸는 방식과 유사하다. 땅을 고르듯 색을 만들어 캔버스에 배경색을 칠한다. 묘목을 심듯이 순간순간 떠오르는 식물을 펜으로 그린다. 식물들 간의 균형을 맞춰가며 배열한다. 색을 입혀 생명을 준다. 흡사 가드닝을 하는 것처럼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다스리게 된다. 나의 작품 속 가상공간을 유영하며 현실에 대한 피로감이나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떨쳐내고, 각자의 공간을 그려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