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Whisperscape_속삭이는 풍경' 시리즈는 형태의 반복, 색감의 중첩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받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인구밀도 높은 도시에서의 생활, 아날로그-디지털-AI 세상으로의 급격한 전환, 스마트폰으로 매순간 연결된 세상, 극단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 삶의 단계 변화로부터 부여된 여러 역할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바는 결국 하루하루의 평온한 상태였다. 찬란한 날보다 아무일 없는 날들이 켜켜이 쌓아올리는 변화와 안정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나무가 많고 뒷산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전보다 자연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매일 산책을 하고, 창 밖의 풍경을 관찰한다. 심리 상태와 상황에 따라 발견되는 색상과 심상이 시시각각, 계절마다 다르다. 자세히 들여다본 자연이 내면을 건드린다. 조용한 풍경들 속에서 조화로움, 편안함, 강인함, 각자의 선을 지키는 모습, 쓸쓸함, 포근함, 변하고 변하지 않는 이들이 보인다.
Silentscape
고요의 풍경
혼자 조용히 있을수 있는 나의 공간을 찾는다. 그 곳은 조용하다. 아무도 없다.
2020년 전세계를 잠식한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공간과 관계의 단절을 겪게 된다. 이동의 자유도 제한되는 듯 했다. 나의 집 외에는 모두 경계의 대상이었다. 수십명이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아파트에서 나의 집 역시 안심할 곳은 아니었다. 친구, 가족, 이웃과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 유선으로 연락하게 되었다. 다른 관계들은 단절된 채 재택근무와 가정보육이 지속되면서 혼자의 시간과 공간은 사라져갔다. 관계의 단절과 얽매임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확진자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검사를 수차례. 1년이 지날 무렵 결국 우리 가족은 차례차례 확진이 되었고 전화로 매일 경과를 보건소에 알려야했다. 격리기간동안 아늑하고 편안함을 줬던 나의 집은 어느새 병원이자 감옥처럼 느껴졌다.
생각보다 길어지며 암담하던 팬데믹 상황은 결국엔 종결되었다. 이 극단적인 상황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자유' 였다.
시간과 공간, 관계를 나의 의지로 결정하고 싶은 자유.
외부적 요소에 절대적으로 침범받지 않을 'Silentscape_고요의 풍경'을 그리게 된 계기이다.

Emerald Core
에메랄드 심
'에메랄드 심(心)_Emerald Core' 시리즈는 평온한 마음의 중심에 대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우리는 설렘-썸-사랑-결혼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나 주변에서 보았던 수많은 클리셰를 경험한다. 결혼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발을 딛고 헤쳐나가야할 삶의 시작점이었다. 결혼생활은 욕망, 본능이 현실과 끊임없이 마주하는 지점이었다. '적어도, 평균적으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답습해가며 '보편적 균형' 잡기를 하며 나의 존재는 작아지는 듯 했다.
삶의 단계에서 달라진 여러 역할로부터 희미해진 자아를 식물기둥에 빗대어 곧추 세웠다. 식물기둥은 균형을 잡고, 본능과 욕구의 비정형의 공간을 굳건히 견뎌내고 싶은 바람을 담은 것이다.
작업의 시작단계에서 캐나다 로키 여행을 하였다. 곳곳에서 마주쳤던 호수들은 빙하가 녹아 흘러들어 에메랄드 색을 띄었다. 내가 딛고 있는 땅과 그 물속을 다른 차원으로 만들었던 에메랄드 빛은 나에게 평온을 주는 상징적인 색이 되었다. 그래서 이 연작의 제목은 평온한 마음의 중심을 찾고자 하는 바람으로 '에메랄드 심_Emerald Core' 이라고 하였다.

Floating Garden
공중정원
‘공중정원’ 시리즈와 ‘gardening’ 시리즈는 사유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너무도 말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깊은 성찰이나 사유에서 나오기보다 즉각적인 반응에 가까운 말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매체에서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와 언어는 갈수록 자극적이다. 각자 다르게 사는 듯 하지만 본인의 철학보다는 규격화된 틀 속에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리적 공간의 협소함과 더불어 정신적 공간까지 공유와 소통이라는 명목 하에 침범 당하는 기분이다.
각자 쉬면서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가.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유의 공간, 그 곳이 필요하다. 마음속에서 부유하던 것들을 모아 만든 정원을 그림으로써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내면의 공간을 찾기를 희망하였다. 작품제목에서의 '공중'은 물리적으로 부유하는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이질적인 식물들과 구조물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심리적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Gardening
drawing

